별의 이야기

미라

2017.09.06 18:54

미라

[Mira]


“시간이 흐른다 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이렇게 스산한 가을이면 미라는 언제나 다시 돌아왔다. 지난가을,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 후 다시 나에게로 왔다. 돌아온 미라의 눈빛은 흔들렸고 불안해 보였다. 나는 그녀가 이 밤이 지나면 또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미라는 잠을 이루지 못했고, 밥도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난 미라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또다시 가을밤이 찾아오자 미라는 내 곁을 떠났다. 난 미라에게 나와 함께 할 어떠한 믿음도 주지 못했고, 떠나는 미라를 붙잡지도 못했다. 떠나는 사람을 붙잡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5년이 지났다. 여전히 변한 건 없다. 다만, 나는 늘 그 가을밤을 후회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와 함께 할래요?” 

그 한마디만 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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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턴

2017.07.12 12:20



새턴

[Saturn]


“가볍게 생각해.”

토요일을 좋아하는 새턴은 창이 큰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커다란 몸집만큼 마음마저 순수하고 넉넉했던 새턴은 혼자서 여유롭게 사색을 즐기며 오늘도 강 주변을 거닐고 있었다. 

“이렇게 따뜻한 옷을 입고 만나는 차가운 바람은, 꼭 머리를 맑게 해주는 신선한 향기 같아.”

새턴은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강가를 거닐며 조용히 읊조렸다. 

그때, 갑자기 불어오는 세찬 바람이 그의 모자를 강으로 날려버렸다. 

새턴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문득, 무모한 생각이 들었다. 

‘물 위를 걸으면 되겠군.’

먼저 한 발을 물 위로 가져가 살짝 올려보았다. 그다음, 나머지 한 발도 물 위로 내디뎌 보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 물 위를 걷고 있는 새턴, 저 멀리 물 위에 잔잔히 떠 있는 모자를 집어 올리며 말했다.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잖아.”

새턴은 다시 모자를 쓰고 강 위를 여유롭게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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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프

2017.07.05 18:00



에니프

[Enif]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에니프는 마지막이 다가오는 걸 느꼈다. 

하루하루, 그날이 가까워질수록 아름다운 결말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무섭고 혼란스러웠지만, 

에니프는 생의 마지막을 겸허히 받아들이기 위해 마음을 추스르고 침실로 들어가 몸을 뉘었다.

에니프는 자신의 침실에서 조용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누웠다. 

큰 의식도 없이 그 어떤 이도 곁에 없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누구보다 밝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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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르, 알코르

2017.06.28 18:24



미자르, 알코르

[Mizar, Alcor]


“함께인 순간, 비로소 완벽해지는 것” 

눈이 내리는 겨울밤, 미자르는 눈을 밟고 싶어 밖으로 나갔다. 

뽀드득뽀드득,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나는 그 소리가 좋아, 미자르는 계속 걸었다. 

쌓인 눈 위를 걷다 자연스레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가로등 아래에 다다랐다. 

그런데 가로등 불빛 아래 무언가 희미한 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누군가 손을 쑥 내밀었다. 투명한 몸을 가진 사람이었다.

“왜 여기에 이렇게 서 있어요?”

미자르가 물었다.

“전 알코르예요. 몸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혼자서는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요.”

자신도 미자르처럼 눈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걷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며 슬퍼하는 알코르에게 미자르는 손을 내밀어 주었다. 

뽀드득뽀드득, 알코르는 미자르와 손을 맞잡고, 미자르의 발걸음이 내는 눈 밟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눈 오는 날이면 둘은 함께 걸었다. 둘이 함께 하나의 발걸음을 가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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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르

2017.06.14 14:47



알타이르

[Altair]


“외로움은 끝이 있는 걸까?” 

등에 날개가 달린 채, 알타이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버려졌다.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 때문에 알타이르는 줄곧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했고, 

그래서 늘 혼자였고, 그 외로움이 익숙해졌다. 

사람에게 상처 입은 마음은 그를 땅에서 살 수 없게 만들었고, 

알타이르는 태양이 떠오른 낮이면 언제나 새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올라가 하얀 구름을 친구 삼아 마음을 나누었다. 

“세상에 나만큼 외로운 사람이 또 있을까?”

항상 혼자였고, 그래서 사랑이 더 그리웠던 알타이르는 7월 7일, 

하늘이 가장 어두운 밤이 되면 새하얀 깃털이 마치 빛을 뿜어내듯 날개를 펄럭이며 밤하늘을 날아다녔다. 

단 한 번의 반짝임만으로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운명이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며···



알타이르(견우별) - '나는 독수리'라는 의미의 독수리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여름의 대삼각형에서 꼭짓점에 해당하는 별이다. 동양권 국가에서는 견우직녀 전설에서 유래한 견우성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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